왕년에 오락실 가봤다 하는사람은 다해본 게임



도대체 한 게임에 몇 개의 이름이 들어갔는지(세어 보면 3개)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이 합쳐서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이라는 게임이 만들어졌다. 때는 1993년 'IREM'이라는 회사에서 만들어진 이 게임의 개발사는 '게임별곡 85회 – HAMMERIN HARRY'를 만든 그 회사다.

역시 회사 이름보다는 게임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실 'IREM'이라는 회사는 1980년대 '문 패트롤(Moon Patrol)'이라던가 R-TYPE 시리즈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배급과 관계없이 실제 개발을 한 것으로 치면 '스파르탄X'라든가 '드래곤브리드', '메탈슬러그' 등 유명한 게임을 많이 만들었다. 'IREM'이라는 회사 이름은 'International Rental Electronics Machines'이라는 다소 길고 거창한 이름이라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 안 되고 대부분 회사 이름보다는 그들이 개발한 게임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닌자가 야구하는 배트맨? 아무튼 이 회사에서 내놓은 또 하나의 문제작이 바로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이라는 게임이다. 오락실에서도 이름이 너무 길어서 보통 '닌자야구'라든가 '야구닌자' 아니면 '야구왕' 또는 아예 '닌자'라고만 써 있는 오락실이 많았다. 예전 필자의 동네 오락실에서는 '닌자야구'라고 쓰여 있었다. 'BATMAN'의 배트맨이 어떻게 저작권을 피해갈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쩃든 이 게임의 이름에는 'BATMAN'이 당당하게 들어가 있다.

[이 배트맨은 그 배트맨이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이름에서 얘기하는 '배트맨'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박쥐형님 '배트맨'이 아니다. 'BAT'라는 단어는 오묘하게도 '방망이(배트)' 라는 뜻과 함께 '박쥐' 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이 게임에서 얘기하는 당연히 '방망이'를 휘두르는 '배트맨'을 얘기하는 것이다(하지만, 만화-영화 배트맨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서양에서 생각하는 동양의 대표적인 그것이라면 '닌자'를 생각할 수 있고, 동양에서 생각하는 서양의 대표적인 스포츠라고 하면 '야구'를 떠올릴 수 있는데, 그 둘이 만난 절묘한 조합의 이름이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이 아닐까 한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서양의 많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을(정확히는 그 문화나 캐릭터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서양에서 생각하는 동양의 대표적인 캐릭터가 '쿵푸'나 '닌자'인 것을 보면서 한국의 그 무엇인가 캐릭터를 세계에 떨치지 못함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한국이 보다 더 세계적인 캐릭터 산업에 힘썼다면 이 게임의 이름이 '화랑 베이스볼 배트맨'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 본격 개성 캐릭터의 4인용 오락실 게임

1980~1990년대 오락실에는 주로 혼자서 하는1인용 게임들이 많았다. 간혹 2인용 게임들도 있었지만, 4인용으로 등장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대략 10여개 정도). 아마도 한 번에 4명씩이나 와서 게임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고, 생면부지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4명이나 모여 게임을 하기도 서먹한 환경이라 기계를 들여놓을 때 오락실 주인 아저씨도 아마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각각의 개성으로 스피드 위주의 캐릭터나 파워 위주의 캐릭터 등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기존의 몇몇 4인용 게임들은 함께 할 수 있는 인원만 4명이지 게임의 등장하는 캐릭터는 색만 다르고 그 놈이 그 놈이었다. 이 게임은 확실히 차별화된 캐릭터 4명이어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 게임을 하면 진짜 재미있다. 물론 이 게임 말고도 캐릭터성이 차별화된 4인용 게임들이 몇 개 있는데 다음 기회에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총 4명으로 각각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는 야구맨들이다. 캐릭터의 선택 역시 편중된 점이 있는데, 제일 많이 선택되는 캐릭터와 제일 하기 꺼려하는 캐릭터들이 공존하고 있는 게임이다.

이름: 호세 (조세가 아니다). 보통 '빨강'이라 불렸던 놈이다. 평범한 야구선수였지만, 어느날 운석 방사선에 오염된 야구공으로 하필이면 머리를 맞아 그 뒤로 초능력이 생겼다(나도 공 몇 번 맞았는데 왜 나는 초능력이 안 생겼지..). 모든 특촬물에서 대장 1호기는 예외 없이 빨간색 복장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지구방위대후레쉬맨'의 영향을 받아 성능과 관계없이 지명도가 높은 캐릭터였다. 왠지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 된 기분이어서 그런지 이 캐릭터를 잡은 놈은 늘 말이 많았다.



이름: 리노. 하지만 '빨강'과 마찬가지로 이름 대신 '녹색'으로 불렸다. UFO에 납치되어 개조 수술을 받은 뒤 초능력이 생겼다고 한다. 스탯에서 보이듯이 스피드가 가장 빠르다. RPG로 치면 민첩영웅 정도의 컨셉으로 속도를 얻은 대신 파워를 잃었다(제일 약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탯의 총합은 제일 크고 파워를 잃은 대신 속도를 활용하여 빠른 전개로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서 레드 다음으로 많이 선택되었다. 일반 공격 외에 필살 '썬더볼트 킥'으로 호쾌한 액션이 가능하다. 레드 다음으로 많이 선택된 캐릭터라 그런지 2인자 정도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름: 로저. 역시나 본명 대신 '노랑' 또는 '노랭이'로 불렸다. 이 놈은 설정 상 인간이 아니라 로봇으로 되어 있다. 에너지 동력원은 카레.. 라고 하는데, 그래서 노란색인가 보다. 필살기가 나머지 캐릭터에 비해 제일 화려하다. 파워 하나는 따라갈 자가 없는데, 지위에 관계없이 별동대 대장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 몸집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친구들 중에 몸집이 큰 친구들이 주로 선택하기도 했었다. 아마도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나 보다.



이름: 스트로. 역시 본명 대신 '파랭이' 정도로 불렸던 놈이다. 속도도 느려 터졌고 파워도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다만, 리치가 만땅으로 타격 범위가 제일 넓다. 의외로 조작하기 까다로워서 그런지 4명이 가면 항상 제일 마지막에 선택되었던 비운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고수가 잡으면 최고의 캐릭터가 된다던데, 필자와 친구들은 제일하기 꺼려했던 캐릭터다. 보통 4명이 함께 하면 제일 양보를 잘 하는 친구나 가장 늦게 온 친구가 이 캐릭터를 했었다.

■ 야구 모자에 'I', 'R', 'E', 'M'-캐릭터 색상 아닌 개발사 이니셜

이렇게 개성 폭발하는 4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야구 격투 게임으로 게임의 캐릭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캐릭터들이 쓰고 있는 야구모자에 저마다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색상 이니셜로 '레드' 캐릭터는 'R(Red)', '그린' 캐릭터라면 'G(Green)' 등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레드' 캐릭터의 모자에는 'I' 자가 새겨져 있다. '그린' 캐릭터는 'R'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캐릭터 색상에 따른 이니셜이 아니고 게임의 개발사인 'IREM'의 이니셜들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각각 선택의 빈도대로 순서가 정해져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게임에서 레드, 그린, 옐로, 블루 순서대로 많이 선택했는데 그 순서대로 모자에 'I', 'R', 'E', 'M' 이 새겨져 있다(선택의 순서는 동네마다 다를 수 있음).

게임의 스토리는 주인공들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회수하는 내용이다. 등장하는 도시들을 보면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텍사스, 플로리다, 시카고, 뉴욕이 이 게임의 스테이지로 등장하고 있다. 야구 게임답게 게임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도시들 역시 야구팀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꽤나 섬세한 설정이다.



[미 전역의 야구 도시를 돌며 아이템을 회수하라!] 수많은 야구 관련 게임들이 있었지만, 이 게임을 야구게임으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지,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야구의 외형적인 모양만 갖추었고 실제 게임은 횡 스크롤 방식의 격투 게임에 가깝다. 얼핏 보면 유치할 것 같아도 실제 게임을 해보면 너무나 재미있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하면 정말 재미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으로 4인용 게임 중에 추천하는 게임이다(사실 4인용 게임이 몇 개 있지도 않지만..).



■ 필자의 잡소리



[친구들아 돌격!] 오락실에 함께 갈 친구 3명이 넘게 있다는 것은 정말로 유년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다. 간혹 혼자서 오락실에 우두커니 앉아 고독을 즐기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필자의 경우 언제나 2~3명 이상의 친구들과 함께 항상 오락실에서 즐겁게 지냈던 기억이 많다. 물론 다음날 학교에서 어제 '오락실 간 놈들 다 나와' 하는 선생님의 찍어보기 식의 으름장에 다 같이 몰려나가 빗자루로 두들겨 맞은 것도 그 친구들과 함께였다.

그 때는 뭐가 그리 무섭고 유해하다고 생각했는지 어른들은 오락실에 가는 우리들을 보며 늘 혼을 내고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오락실에 같이 다니던 친구 중에 어른들의 걱정만큼이나 잘못 된 길로 가거나 사회에 해가 되는 사람으로 자란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오히려 그 당시를 회상하며 서로 즐거운 추억을 나눠가졌을 뿐이다.

요즘도 많은 게임들이 혼자 하는 'Stand Alone' 식의 게임이 많은데, 사람 사이의 관계를 느낄 수 있다는 SNS를 활용하는 'SNG(Social Network Game)'이라 해도 단지 전산화된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한 차가운 느낌뿐이다. 가끔은 오래 전의 게임들과 같이 함께 부대끼며 쌍욕과 발차기가 난무하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게임들이 그립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5-02-23 10:56:51 스포츠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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