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소년 14세 미만이어서 형사처벌 안 받아피해 소녀 샤오치(왼쪽 사진)와 가해 소년 차이모모. 신경보
13살 소년이 동네 이웃인 10살 소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중국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게다가 14세 미만인 가해 소년은 중국 형법에 따라 형사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시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분하고 있다.
중국 일간 신경보(新京报)는 지난 20일 중국 랴오닝성 대련시의 10살 소녀 샤오치(小琪)가 당한 사고에 중국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샤오치의 아버지는 샤오치가 미술 수업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자 딸을 찾아나섰다. 그가 샤오치를 찾은 것은 집 근처 공원에 놓인 비닐봉지 안이었다. 딸은 이미 사망한 채 봉지 안에 시신이 돼 담겨 있었다. 샤오치의 몸에는 7번 정도 칼에 찔린 흔적이 있었다.
사건 당일 피해 소녀 샤오치는 휴대전화를 무음 상태로 바꿔둔 채 미술 수업에 참석했다. 오후 3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샤오치는 가해 소년 차이모모(蔡某某·13)를 마주쳤다. 평소 동네 이웃으로 일면식이 있던 차이는 샤오치에게 도와줄 일이 있다며 집으로 유인해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 샤오치가 반항하자 차이는 머리와 온몸을 구타하다가 기절한 소녀를 칼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샤오치가 발견된 풀숲. 신화통신
샤오치의 반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추모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
경찰 조사에서 차이는 “샤오치가 나의 행동을 발설할까봐 죽였다”고 진술했다. 차이는 샤오치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시신을 집 맞은편 풀숲에 유기했다. 유족은 샤오치가 집에 도착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저녁 7시 20분, 샤오치의 아버지가 풀숲에 유기된 샤오치를 발견했다.
신경보에 따르면 이날 차이는 10대 소년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언행을 보였다. 차이는 동네를 수색하는 경찰에게 오후 4시30분쯤 샤오치를 찾았냐고 물었다. 또 샤오치의 아버지가 시신을 찾아냈을 때는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 태연히 서서 “믿을 수 없다. 정말 사람이 죽인 것인가”라고 놀란 척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차이는 이날 학교 친구들과의 채팅에서 장난처럼 “내가 살인자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언론에 공개된 채팅 기록을 보면 차이는 “내 지문이 깨끗하게 닦였는가?” “나는 14살이라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을 알리지 말라. 경찰이 내게 올 것이다” 등의 말을 했다.
차이가 남긴 채팅 기록들. 출처 신화망
경찰은 집에서 범행 흔적을 지우고 있는 차이를 붙잡았다. 차이의 부모는 “전혀 몰랐다”며 “아들을 모함하지 말라”고 되레 호통을 쳤다. 샤오치의 외삼촌은 신경보에 “1층에 있는 차이의 집에서 풀숲까지 핏자국이 보였다”며 “어떻게 부모들이 전혀 몰랐다고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네 주민들은 차이가 평소 샤오치를 상대로 수상한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이 공개한 지난 8월 19일 CCTV 에는 샤오치를 미행하다가 주변 사람에게 들키자 황급히 도망치는 차이의 모습이 잡혔다. 영상에 나온 차이의 신발과 체포된 당일 차이의 신발은 같은 것이었다.
지난 8월 19일 샤오치를 미행다가 도망치는 차이의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은 체포 당일 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가해자 차이. 신경보
하지만 차이는 임시 구금 처분과 인성 교육만을 선고받았다. 중국 형법상 14세 미만은 법적 책임 연령에 해당하지 않아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샤오치의 부모는 “이렇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쉽게 살인범이 풀려난다면 중국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중국 관영 CCTV 는 “어린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어린아이보다 더 어린아이들을 해치고 있다”며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김도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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